양파를 썰면 왜 눈물이 날까? 눈을 자극하는 진짜 물질은 따로 있습니다
저는 요리할 때 양파를 정말 많이 씁니다.
그래서 양파를 썰 때마다 눈물이 나는 건 너무 익숙한 일이지만
양파를 손질할 때마다 눈물이 나는 걸
“양파에서 매운 냄새가 나니까 눈이 아픈 거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은 너무 많은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상합니다.
양파를 통째로 들고 있을 때는 괜찮은데, 칼로 자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눈이 따갑습니다.
조금만 더 썰다 보면 눈물이 맺히고, 심하면 눈을 제대로 뜨기도 어렵습니다.
대체 양파 안에 뭐가 들어 있길래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재미있는 건 우리가 눈물을 흘리게 되는 과정이 양파를 써는 순간부터 새롭게 시작된 화학반응과 관련 있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매운 성분이 날아온다’고 생각하면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오늘은 양파 한 개를 썰 때 눈앞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작은 화학반응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양파를 자르기 전에는 괜찮았는데 칼을 대는 순간 달라집니다
양파를 썰 때 가장 먼저 일어나는 변화는 아주 단순합니다.
세포가 깨집니다.
양파 역시 다른 식물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세포 안에는 서로 다른 물질들이 각각 분리된 상태로 존재합니다.
평소에는 이 물질들이 마음대로 섞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칼로 양파를 자르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세포가 손상되면서 내부에 있던 물질들이 서로 접촉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효소입니다.
양파 세포가 손상되면 특정 효소와 황을 포함한 화합물이 만나면서 연속적인 화학반응이 일어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휘발성 자극 물질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이 물질이 공기 중으로 퍼집니다.
결국 우리가 눈물을 흘리는 것은 단순히 양파 냄새 때문이 아닙니다.
양파를 자르는 과정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휘발성 물질이 눈에 도달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걸 알고 나서 양파를 썰 때마다 조금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칼질 몇 번으로 눈물이 나는 게 단순한 냄새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꽤 재미있었습니다.
눈물을 만드는 범인은 ‘syn-Propanethial-S-oxide’라는 물질입니다
양파를 썰 때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눈물 유발 물질은
syn-Propanethial-S-oxide
라는 휘발성 화합물입니다.
이름부터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흔히 눈물 유발 인자(lachrymatory factor)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양파 세포가 손상되면 황을 포함한 전구체 물질들이 효소 반응을 거칩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중간생성물이 만들어지고 최종적으로 눈을 자극하는 휘발성 물질이 생성됩니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양파를 자른다
↓
세포가 손상된다
↓
효소와 기질이 접촉한다
↓
황 함유 화합물이 분해·변환된다
↓
휘발성 눈물 유발 인자 생성
↓
공기 중으로 이동
↓
눈 표면에 도달
↓
신경을 자극
↓
눈물이 나온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눈물은 단순히 우리가 아파서 흘리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눈이 자극 물질을 씻어내기 위해 작동하는 방어반응에 가깝습니다.
즉 눈물이 나는 것 자체가 눈을 보호하기 위한 정상적인 생리적 반응인 셈입니다.
그런데 왜 양파를 썰면 눈물이 나는 것일까요?
눈 표면에는 다양한 감각 신경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양파에서 만들어진 휘발성 자극 물질이 눈 표면에 도달하면 감각 신경을 자극합니다.
그러면 우리 몸은 이를 유해한 자극으로 인식합니다.
그리고 눈물샘의 분비가 증가합니다.
눈물이 눈 표면을 씻어내면서 자극 물질을 제거하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상당히 합리적인 반응입니다.
양파 입장에서는 자신을 써는 순간 방어와 관련된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사람 입장에서는 그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눈물을 흘립니다.
양파와 인간 사이에서 벌어지는 아주 짧은 화학적 공방인 셈입니다.
저는 이런 부분이 생활과학의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주방에서 하는 행동 하나에도 식물의 생존 전략과 우리 몸의 방어 시스템이 동시에 숨어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냉장고에 넣은 양파는 왜 덜 매울까요?
양파를 썰 때 눈물이 덜 나게 하는 방법으로 흔히 알려진 것이 있습니다.
바로 양파를 차갑게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낮은 온도는 양파에서 일어나는 효소 반응과 휘발성 물질의 이동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온도가 낮아지면 일반적으로 많은 화학반응의 속도가 감소합니다.
또한 휘발성 물질의 증기압과 확산 속도 역시 온도의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차갑게 보관한 양파를 바로 썰면 눈을 자극하는 물질이 만들어지거나 공기 중으로 퍼지는 과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냉장고에 넣으면 절대로 눈물이 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양파의 종류와 상태, 온도, 써는 방법 등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양파를 썰 때 눈물이 너무 많이 난다면 차갑게 보관한 양파를 활용해보는 것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양파를 써는 방향도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여기서 또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양파를 써는 방법에 따라 눈이 덜 맵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것에는 어느 정도 과학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양파를 써는 과정에서 세포를 얼마나 많이 손상시키는지, 그리고 생성된 휘발성 물질이 얼마나 빠르게 코와 눈 쪽으로 이동하는지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칼이 무뎌서 양파를 누르듯 자르면 세포 조직이 더 많이 으깨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날카로운 칼로 빠르게 자르면 조직 손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환기가 잘되는 환경에서 양파를 써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왜냐하면 눈물 유발 물질이 눈 주변에 머무르는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양파를 썰 때 눈물이 너무 많이 난다면 저는 무작정 참기보다는 칼 상태와 환기부터 확인할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간단한 부분에서 차이가 날 수 있으니까요.
양파가 매울수록 눈물도 많이 날까요?
이 부분은 조금 조심해서 봐야 합니다.
양파의 품종과 재배 환경 등에 따라 황 함유 화합물의 조성과 함량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양파마다 눈을 자극하는 정도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맛이 매운 정도’와 ‘눈을 자극하는 정도’가 완전히 같은 개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양파에서 느끼는 매운맛과 향, 눈을 자극하는 현상에는 여러 화합물과 생화학적 과정이 관여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매운 양파 = 무조건 눈물이 많이 나는 양파”
라고 단순하게 연결하기보다는 양파의 품종과 화학적 조성, 조직 상태 등을 함께 생각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눈물은 양파의 공격이 아니라 우리 눈의 방어작용입니다
처음에는 양파를 썰 때 나오는 눈물이 꽤 귀찮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원리를 알고 보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양파를 자르면 세포가 손상되고,
효소와 황 함유 화합물이 만나면서 화학반응이 일어납니다.
그 과정에서 휘발성 눈물 유발 물질이 만들어지고,
이 물질이 공기 중으로 이동해 눈에 도달합니다.
그러면 우리 눈의 감각신경이 자극되고,
눈물샘이 활성화되면서 눈물이 분비됩니다.
정리하면,
칼질
→ 세포 손상
→ 효소 반응
→ 휘발성 자극 물질 생성
→ 눈에 도달
→ 감각신경 자극
→ 눈물 분비
입니다.
그러니까 다음에 양파를 썰다가 눈물이 난다면 단순히
“아, 양파 맵다.”
라고 생각하기보다,
“지금 양파 세포가 깨지면서 새로운 화학물질이 만들어지고 있구나.”
라고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매일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는 주방 한구석에서도 식물의 생화학과 인체의 방어 시스템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걸 알고 나면 평범한 일상이 조금 다르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양파를 써는 몇 분 안에도 과학은 조용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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